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I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어령

하나님
당신의 제단에
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
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.

그러나 하나님
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
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.
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
당신 앞에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.

하나님
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.
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
헤엄치게 하셨을 때
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
새들이 읿제리 날아오를 때
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.

아! 정말로 하나님
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.

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
발톰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
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.

모래알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
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.
아닙니다. 하늘의 별이 아니라
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
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.

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.
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
때 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.

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
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
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
허락해주시겠습니까.

하나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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